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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페리테일.. |
| 작성일 |
2008-12-09 |
| 제 목 |
[시간기록장]"벤허와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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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7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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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load :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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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그래24에서 디비디를 몇 장 샀습니다.
원래는 월-E 를 사러들어갔다가 생각지도 않게 이 디비디셋트를 발견했죠.
그리고는 어느새 나도모르게 장바구니에 담아서 결제를 했습니다.
집에 놀러온 형이 \'웬 벤허?\' 라고 물었을때
원래 가격보다 엄청 저렴하게 나온것이 이유라고 대답했지만
실은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있었습니다.
벤허는 2000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굉장히 좋아하던 영화였거든요.
그당시 아버지가 매일 돌려보시던 비디오가
티비로 녹화한 \'벤허\'와 kbs드라마 \'용의눈물\'이였습니다.
사실 저는 그게 되게 싫었어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버지와 사이가 매우 안좋았기 때문에
그냥 아버지가 하시는 모든것이 다 마음에 안들었던 것이었죠.
본 영화 또 보고 또 보고 하는 것도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95년도에 뇌일혈로 쓰러지셔서 거동이 불편해지신 후
하루종일 집에만 계시게 되셨는데 그 당시에는 제가 학교도 다니고 그래서
자주 부딪힐일이 없으니 그냥그냥 지냈었는데
2000년이 되면서 저도 몸이 매우 안좋아지는 바람에 집에서만 지내게 되자
아버지와 하루종일 작은 집안에서 지내게 되자
원래 사이가 좀 안좋았던 관계는 급속도로 안좋아지게 되었습니다.
사이가 좋은 관계라도 삐걱거릴만한 상태였는데 불편한 사이로
하루종일 작은집에서 같이 지내려니 더 부딪히기만 하고 감정의 골은 깊어만 졌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빠져든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한두달 전이였습니다.
아버지와 엄청 크게 싸우고 나서는 서로 얼굴도 보지않고 대화도 하지않았죠.
심지어는 아버지가 공원으로 운동나가신 사이에 거의 이틀에 한번씩은 꺼내보시는
벤허와 용의눈물 녹화테잎을 확 부숴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해 여름이 끝날무렵의 토요일.
거의 한달이 넘게 대화도 없던 아버지가 제 방문을 열고 말을 거셨습니다.
\"지금 결혼식가는데 있다가 뭐 먹을거라도 갖다줄까?\"
그날은 사촌누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였거든요.
갑작스레 건넨 아버지의 얘기에 퉁명스럽게 \"괜찮아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버지는 조용히 방문을 닫으시고는 나가셨습니다.
그게 제가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아버지는 그 날 저녁에 다시 쓰려지셨습니다.
작은형이 119에 전화를 걸어서 급하게 앰블란스에 실려가신 후,
사흘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좋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나니 그런 생각은 모두 날아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전 그때 병원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돌아가시는 모습도 보지 못했고, 장지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당시의 저도 몸이 너무 아파 거동이 불편해서 돌아다닐수가 없었거든요.
다행이 형님이 두 분 계셔서 장례를 잘 치루었지만
지금도 제 가슴속에는 풀어지지않는 뭔가가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장례도 다 치루고 두 어달쯤 지나서 덩그러니 집안에 혼자 있다가
녹화해두었던 아버지의\'벤허\'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전 혼자서 꽤 오래동안 울었던 것 같습니다.
벌써 8년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미워하던 아버지였지만,
모든 일이 다 지나고 나면 그렇듯이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말이예요.
몸이 많이 안좋았던 저도 이제 조금식 화복해서 사람노릇 하고 있고
형님들도 다 결혼하셔서 조카들이 벌써 넷이나 됩니다.
지금도 늘 안타깝습니다. 아버지가 다만 몇 년이라도 더 계셨더라면
며느리도 보시고 조카들도 보실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벤허 디비디를 받은후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보다보면 또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요.
벌써 10년에 가까운 세월입니다.
시간은 이렇게 빨리 흘러만 갑니다.
날씨도 추워지는데 아버지뵈러 한번 내려가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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