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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지 않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커피맛을 모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커피향도 모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 사람이 커피를 마십니다.

프랜차이즈 커피점부터

드립커피를 하는 곳까지 일부러 찾아다니며 커피를 마십니다.

커피한잔에 5000원이나 하냐며 투덜대던

촌스러운 그 사람이

그 보다 더 비싼,

향이 더 그윽하고

더 오래도록 붙잡을 수 있는 향기의 커피를 찾아다닙니다.

그때는 커피가 좋은 줄 몰랐던 그 사람이

이제는 커피종류를 달달 외우며 삽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이렇고,

나름 품평까지 하며 커피를 찾습니다.

변해버린 그 사람을 보며 친구들이 핀잔을 줍니다.

"야! 너 많이 변했다. 언제는 이 비싼 커피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그러더니.."

"그때는....몰랐었으니까...."

커피향이 진해질 때마다

그 사람의 기억이 진해집니다.

뜨거운 커피가 목을 타고 넘어갈때마다

눈가도 뜨거워지고 가슴도 뜨거워집니다.

그 사람이 시킨 건

연하디 연한 커피인데

한모금 마실때마다 진해집니다.

기억이,

진해지고

또

진해지고

진해집니다.

차라리 계속 몰랐으면 좋았을

커피가

이제는 그 사람을 놓아주지 않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건지

기억을 마시는 건지

헷갈릴즈음,

비워진 커피잔만큼

가슴 한켠이 비워집니다.